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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Dear Diary

박사

인준지에 사인을 받았다. 2012년 2학기에 입학했으니 11학기만에 졸업을 하게 되는 셈이다. 

20대에서 30대가 되었고, 싱글에서 유부남이 되었다. 학졸에서 박사가 될 예정이다. 그리고 여전히 통장에는 20만원이 있다. 인공지능이 화두가 되었고 4차 산업 혁명이 온단다. 이미 왔나. 기계 학습이 떴고, 로보틱스도 약간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나는 좀 건방져졌다. 


최근에 면접을 봤다. 제대로 된 인터뷰는 생애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원래 연구 디스커션하는걸 좋아했는데, 5시간동안 디스커션을 한 느낌이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좀 알게되고, 갔다와서 공부도 좀 했다. 


그라고 내가 건방져졌다는 걸 깨달았다. 


호불호가 생겼다. 그리고 단정적인 말이 늘었다. 연구자로서 좋지 않은 태도다. 틀릴 여지가 있어 위험하다. 사실 틀려도 되긴 하는데, 그럼 잘 모르겠다. 


그냥 여긴 개인 공간이니까 적어보자면, 


나는 general이란 말이 싫다. Artifical general intelligence (AGI)도 별로고 meta learning도 별로다. 나는 어떤 task를 다룰 때는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에도 적용 가능하고, 저것에도 적용 가능하게 하려는 태도를 싫어한다. 


Task transfer가 별로라는 것은 아니다. 


A라는 task를 풀기 위해서 B가 도움이 된다면, 그 기법은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learn to learn과 같은 애매한 용어가 아니라, AGI같은 general한 용어가 아니라, 그 task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어쩌면 지금의 메타 러닝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task transfer가 알고리즘의 '검증' 정도에 사용되서이기도 한 것 같다. 다시 말해서 내가 다루는 task의 특징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으로 시작해서 task로 끝나는 흐름이 맘에 안들어서이기도 하다. 


이래서 나는 좀 건방져졌다. 


좋고 싫은 것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이 의견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모 어쩔 수 없다. 


박사가 되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았고, 무엇을 못하는지는 더 잘 알게되었다. 내가 모르는 것을 누가 잘하는지도 알게되었고, 그들과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 하지만 나도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내가 가진 스킬셋을 가다듬어야겠다. 


박사가 되면 사기꾼 신드롬이 좀 없어질 줄 알았는데. 

내가 그냥 사기꾼이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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